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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국 추리소설 그 밤에 있은 일

by @블로그 2022.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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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밤에 있은 일 >

늦가을 스산한 밤이었다. 가뭄이
계속되어 마른 바람이 불고 그때마다
창문이 덜거덩덜거덩 흔들리며 정원에서
낙엽 구르는 소리가 해조음처럼 들려왔다.
그 집은 북가좌동의 완만한 구릉,
언덕받이에 있었다. 대지가 백여 평,
건평이 오십여 평이 되는 단층집이었다. 이
집의 주인 장정수 씨는 오십을 조금 넘긴
장년으로 중(中) 정도의 수출업체를
경영하고 있는데 홀아비였다. 몇 해 전에
아내와 사별한 후 재취하지 않고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슬하에 아들 하나가
있는데 이 아들은 미국 유학중이었다.
건물 동쪽에 붙어 있는 자기 방에서
시사잡지를 읽고 있었다. 5공화국이
무너지고 6공화국이 서서 5공화국의 온갖
비리가 물꼬 터진 듯이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잡지는 온통 그 폭로 기사
일색이었다. 일해재단, 새세대재단, 또
무슨 심장재단, 그리고 새마을 성금.......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공리(公理)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정말
어떤 특정 개인의 권세의 그늘 밑에서 다
자행될 수 있는 일인가? 그 절대권력자의
친인척은 사돈의 팔촌까지 일어서서
온나라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니면서 돈
긁어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때였다. 장정수 씨의 방과는 반대쪽이
총성이 울리고 이어서 울부짖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여보, 이게 무슨 짓이야. 아이구
여보!"
김기석은 이 집의 정원사 겸 운전수였다.
김기석은 처음에는 장정수 회사의
사원이었는데 민중세(民衆勢)가 고조되어
노조가 생기고 김기석이 노조의 맨 앞장에
서서 울부짖는 바람에 그를 해고했는데,
이것이 새 불씨가 되어 더 큰 노도가
일어서 장정수는 무마책으로 김기석에게
퇴직금을 듬뿍 쥐어주고 자기집에 불러들여
새 일자리를 제공한 것이다. 말하자면 울며
겨자먹기로 김기석을 집에 불러들이고
거처를 제공한 것인데 표면적으로는 두
사람이 타협을 한 것같이 보이지만 이것은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미봉책이었다.
김기석의 아내 주인숙은 미모에 늘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는 젊은
여자였다. 주인숙 역시 처음에는 장정수의
회사의 여사원으로 노조에서 김기석과 함께
일했는데, 김기석이 해고당하기 전부터
연애를 해서 결혼식을 뒤로 미루고 동거해
왔다. 말하자면 그들은 암울한 이 시대의
슬픈 연인들이었던 것이다.
이 슬픈 젊은 내외가 기거하는 방에서
갑자기 총성이 들리고 이어 김기석의
비통한 울부짖음이 들리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장정수가 시사잡지를 덮고 벌떡
일어서서 복도로 나가 보니까 거기 가정부
오영순이 나와 서성거리고 있었다.
장정수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오영순에게
"이게 무슨 소리야?"
오영순 역시 놀란 얼굴을 하고 말했다.
"저도 놀라서 뛰어나왔어요. 무슨
일일까요?"
오영순을 거기 남겨두고 장정수는 밤색
실내의의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김기석의
방으로 가보았다. 김기석이 반듯이
이부자리 속에 누워 있는 주인숙의 곁에
꿇어앉아 얼굴을 이불 위에 부비면서
통곡하고 있었다.
"여보, 이게 무슨 짓이야. 여보."
장정수가 김기석의 어깨를 흔들면서
다급하게 물었다.
"미스터 김.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야?"
김기석이 그제서야 상반신을 일으키고
"아내가 자살을 했어요. 사장님, 이를
어쩌죠?"
"자살을 해? 자살이라니?"
자그마한 모젤권총이 주인숙의 머리맡에
떨어져 있고, 주인숙은 관자놀이에
관통상을 입고 베개머리에 선혈을 흘리면서
반듯이 누워 죽어 있었다.
장정수가 말했다.
"한방에 있었는데 부인이 자리에 누운 채
권총으로 관자놀이를 쏘았단 말인가?"
김기석이 상황을 설명했다.
"아내는 이삼일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다면서 자주 자리에 누웠습니다. 오늘도
아직 취침하기에는 이른 시간인데 먼저
일찍 자리를 펴고 눕더군요. 전 그저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자네는 무엇을 하고 있었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요. 쇼프로에
정신이 팔려서 전혀 아내의 거동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수사관에 의해서도
확인되었다. 장정수의 전화를 받고
관할서에서 수사관 한남식과 조상학이
달려온 것은 그날 자정 무렵이었다.
한남식은 그 밭에서 밥을 먹은 지 20년이
넘는 노련한 수사관으로 머리에 흰 것이
많이 섞인 초로의 사내이고 조상학은 이제
겨우 수사관 생활에 발을 들여 놓은 젊은
청년이었다.


현장을 자세히 검증하고 나서 한남식이
조상학을 눈짓으로 불러내어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텅 비어 있는 복도에서
말했다.
"권총으로 스스로 관자놀이를 쏘았는데
시신(屍身)의 두 손이 반듯하게 가슴 위에
포개져 있는 게 이상해."
"그뿐이 아닙니다. 권총이 머리맡에
떨어져 있는 건 뭡니까. 스스로 관자놀이를
쏘았다면 권총이 오른손에 쥐어져 있어야
하지 않아요?"
"또 있어. 죽은 여자의 목덜미에 찰과상
같은 엷은 상처가 있는데 이건 죽기 직전에
누구와 심히 싸운 흔적 같아. 저항을 했을
거야."
요컨대 두 수사관의 의견은 이것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의 징후가 농후하다는
것이었다. 권총자살을 했는데 어떻게
시신의 두 손이 가슴 위에 가지런히 포개져
떨어져 있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연히 범인이 죽은 여자의
남편인 김기석이라고 보는 수밖에 없었다.
주인숙이 누워서 총으로 자기의 관자놀이를
쏠 때 그 방에 함께 있었던 사람은 김기석
하나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문은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김기석이 금방
탄로가 나고 말 그런 범행을 감행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밤을 새워 김기석, 장정수, 그리고
아산댁 등 사건 당시 집안에 있었던 세
사람에 대한 개별신문이 시작되었다. 먼저
김기석이 응접실로 불려 들어왔다. 육중한
소파에 앉아 한남식이 맞은 편에 긴장한
모습을 하고 앉아 있는 김기석에게 물었다.
"당신은 주인숙 씨가 자살했다고 했는데
있습니까?"
이것은 자살자의 남편으로서 생활상의
그런 기복이나 감정의 발로를 감지한 적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김기석이
일언지하에 대답했다.
"아뇨. 아내는 여간 명랑한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전혀 뜻밖의 일이에요."
"권총의 출처가 어딥니까?"
"그건 사장님의 것이 아닌가 짐작이
갑니다. 아내는 사장님의 방을 청소하기도
하고 오영순 씨를 도와서 집안일을
해왔는데 그러던 중에 사장님의 서재나
침실 같은 데서 그걸 발견하지 않았나
싶어요."
젊은 여자가 장 사장의 침실에 출입을
해? 이것은 좀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일이라고 생각되어 다음 질문을 했다.
"상황은 당신이 부인의 관자놀이를
쏘았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당신이
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당신은 누명을 벗을 길이 없어요.
사건 당시 방에는 당신과 부인 두
사람뿐이었습니까?"
이것은 김기석이 우매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던진 질문이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또 있지 않았는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김기석이 그것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집에서 기거하고 있는 인원 구성으로
보아 거기서 짙은
중첩적색정관계(重疊的色情關係)를 엿볼 수
있었다. 장정수라는 강자와 김기석이라는
초반의 여자와 주인숙이라는 이십대 후반의
미모의 여자. 이 네 사람의 남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색정의 선이 착종(錯綜)하고
있지는 않을 것인가. 설사 주인숙이
자살했더라도 그것 외에는 동기를 찾을 수
없고, 현장은 주인숙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백히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김기석이 또렷이 대답했다.
"내 아내하고 저, 둘뿐이었습니다."
다음은 장정수가 불려 들어왔다.
한남식이 물었다.
"권총이 장 사장님 것 같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장정수가 대답했다.
"네, 제 겁니다. 불법인 줄 알면서
장난감 지니듯이 그걸 지녀왔습니다. 그
받겠습니다."
장정수에 대해서는 더 물을 것이 없었다.
김기석의 방에서 총성이 나고 비명소리가
들릴 때까지 장정수가 자기 방에서
시사잡지를 읽고 있었다는 것이 모두의
증언에 의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난 이상
그를 범인의 반열에 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로 인하여 범인이 범행했다고
보는 간접동인은 설정할 수 있으나 그가
사건 당시 김기석의 방에 있지 않았다는
것만은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불법무기소지의 문제는 별도의 문제였다.
다시 물었다.


"대단히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장
사장께서 김기석 씨 부부를 이 집으로
끌어들인 것은 노조관계로 시끄러워진
때문이 아닙니까? 장 사장이 범인이 아닌
것은 인정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거짓을
말하면 사회적으로 이름이 높은 장 사장의
처지가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을 말해 주십시오."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 결심을 한 듯이
장정수가 말했다.
"굳이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일이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음, 김기석 씨는 그 기미를 알아차린 것
같았나요?"
"그건 제가 단언할 수 없는 일이지요.
알고 모른 척했는지, 정말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나 다를까 장정수와 주인숙 사이에
사건의 한 동인이 있는 것 같다. 아니
여자가 또 하나 있어. 오영순. 오영순과
김기석 사이에도 그런 선이 처져 있었다고
보면 이것이 사추(邪推)일까?
오영순을 불러들였다. 한남식이 물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당신은 어디
있었습니까?"
"제 방에 있었습니다."
"당신 방이 어딥니까?"
"사장님의 침실과 마주보고 있는
문간방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었지요?"
"심심파적으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총성이 들려서 깜짝 놀랬습니다.
밖으로 뛰어나와 보니까 사장님이 뒤이어
당신의 방에서 나오시더군요."
가고 당신은 복도에 그냥 서 있었는데 그건
무슨 까닭이지요?"
"무슨 까닭이라뇨?"
"왜 장 사장과 함께 김기석 씨의 방으로
가보지 않았느냐, 그 말입니다."
"무섭고 두려웠어요. 총성이 나고 김기석
씨가 울부짖고...... 무슨 참변이 일어난
건 분명한데 사장님이 그리 가시길래 전
그냥 복도에 서서 하회를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이 여자가 김기석의 방에 침입해서
감기로 누워 있는 주인숙의 관자놀이를
쏘고 복도로 뛰어나와 서성거리고 있을 때
장 사장이 자기 방에서 나와 이 여자와
잠깐 대화를 나누고 김기석의 방으로
갔다고 볼 수는 없을까. 이때 문제가 되는
자살했다고 장 사장에게 말했느냐 하는
것인데, 여기에 김기석과 오영순의 색정
관계를 갖다 놓으면 오영순을 보호하려는
김기석의 심리가 판독되는 것이다. 장
사장과 주인숙의 불륜을 감득하고 있었던
김기석은 아내를 증오의 눈으로 바라보아
왔다. 그 아내를 오영순이 쏘았다. 순간
김기석은 미운 아내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고 오영순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명을 지르고 소란을 떤 것은
장 사장을 불러들이기 위함이었다. 아니,
김기석이 직접 누워 있는 주인숙의
관자놀이를 쏘고 소동을 부렸다고 보면
어떤가. 그러나 이것은 아무래도 그
가능성이 희박한 것 같았다. 그 논거는
현장위장의 미비성이었다. 김기석이
위장술의 고안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현장은 너무 허술하며 무엇에 쫓긴 듯한
시간상의 긴박성이 보이는 것이다.
몇 가지를 더 묻고 오영순을 내보낸
다음에 한남식은 밤을 새워 조상학과
더불어 밀의(密議)를 계속했다. 한남식이
말했다.
"용의 선상에서 장정수는 배제해야 해.
그가 사건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명백한 알리바이가 있으니까."
조상학이 말했다.
"그래요. 용의자는 김기석과
오영순입니다. 이 두 사람이 불륜의 관계에
있었다고 보면 거기서 동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말씀이에요."
"음."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다 하더라도
김기석에게 주인숙을 죽이고자 하는
살의까지는 없지 않았느냐 싶습니다.
왜냐하면 말이죠."
"음."
"김기석이 방심상태에 있을 때 오영순이
갑자기 뛰어들어오지 않았느냐, 이겁니다.
갑자기 뛰어들어와서 오영순이 권총을
겨누니까 주인숙이 엉겁결에 잠깐 저항을
했겠죠. 주인숙의 목덜미에 나 있는 상처가
그 증겁니다."
여기서 한남식이 의견 하나를 내놓았다.
"가만, 그렇다면 말야. 그 상처는
오영순의 손톱에 할퀸 자국인데, 오영순은
오른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으니까 왼손
손톱에 주인숙의 혈흔(血痕)이 남아 있지
그러나 이것은 무위(無爲)로 돌아갔다.
오영순의 손톱에서 주인숙의 혈흔을 발견할
수 없었다. 좌우간 용의자가 김기석과
오영순, 두 사람이니까 날이 밝은 후엔 두
사람을 경찰서로 연행했다.
연일 김기석과 오영순에 대해서 준엄한
신문이 계속되었다. 결국 그들이 장정수와
주인숙, 그리고 김기석과 오영순 사이에
얽혀 있는 치정관계를 시인한 것은 신문이
시작된 지 이틀 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둘 다 끝까지 주인숙의 자살설을
주장했다. 수사진으로서는 이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설(說)이었다. 권총으로
관자놀이를 스스로 쏘아 자살한 사람의 두
손이 어떻게 가지런히 가슴 위에 놓여 있을
수 있으며 권총이 머리맡에 떨어져 있을 수
자기들의 치정관계를 시인했으니까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공범관계였다. 두 사람이 미리 의논해서
그런 연극을 연출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수사회의에서 곧
소멸되고 말았다. 두 사람이 미리 계획을
짰다면 현장위장이 더 완벽해야 할 텐데
현장의 자살 위장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
결국 범인이 김기석이냐 오영순이냐 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합작을
배제해야 하니까 사건의 돌발성에 중점을
두고 둘 중 하나를 범인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이것을 가려내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사건이 있은 지 열흘이 지났다. 권총의
총신에서 김기석과 오영순, 두 사람의
해도 사건 당시 범인이 장갑을 끼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두 사람의 방을
아무리 면밀히 수색해도 그 장갑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결국 유도신문을 하기로 했다.
유도신문이란 수사진이 이(利)를 얻기 위해
전술을 써서 그 이점을 얻어내는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용의자를 궁지로
몰아넣는 신문 방법이었다. 김기석과
오영순을 각각 다른 방에서 신문하면서
수사관들이 두 사람에게 각각 말했다.
"김기석 씨가 당신이 범인이라고
진술했소. 그게 사실이오?"
"오영순 씨가 당신이 범인이라고
진술했소. 그게 사실이오?"
용의자 두 사람은 극도로 피로하고
있자 김기석이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있다가
결국 진상을 털어놓았다.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범인은 장
사장입니다. 아내가 장 사장과 관계가
생기자 그것을 미끼로 안방에 들어앉아 그
집 안주인이 될 궁리를 했던가 봐요.
이것은 장 사장에게는 청천
벽력이었습니다. 아내가 죽은 것은 총성이
나기 30분 전입니다. 그때 오영순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수퍼에 가고 집에
없었는데, 장 사장이 제 방에 들어와서
누워 있는 아내의 관자놀이를 쏘고
말했습니다."
"미스터 김, 부정한 아내를 내가 죽여
주었네. 난 사실 그동안 주인숙에게 말할
수 없이 시달려 왔어. 오영순이 돌아오면
자네가 다시 한 번 총을 쏘게. 지금 내가
쏜 총성은 자네 이외에는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어. 그리고 아내가 자살했다고
울부짖으란 말야. 오영순은 자살 상황을
진술하게 하는 진술자가 되게 해야 해.
이거 받게."
"이게 뭡니까?"
"수표야. 액면 천만 원."
그 수표가 증거물이 되었다. 그 수표는
김기석의 방에 비치되어 있는 몇 권 안
되는 책갈피 속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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