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슬러 >
애초부터 이런 사건을 맡는 게 아니었다.
문지수(文知秀) 형사는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내던지며 생각했다. 10대의
광기어린 폭력사건. 게다가 피해자는
앳되어 보이는 이쁘장한 소녀가 아니던가.
이런 사건의 결말은 늘 끝이 안 좋았다.
대개 범인은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만화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소년이거나
거리에 내던져져 일찍부터 폭력의 세계에
방치되어 버린 야수와 같은 아이일 게
뻔했고, 선악(善惡)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그런 미숙아들을 한때의 실수 때문에
냉엄한 심판의 세계로 보낸다는 건 그다지
땅거미가 스멀스멀 기어드는 방배동의
카페 골목을 유달리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문 형사는 외투깃을 올리고 천천히 거리를
걸어갔다. 25년 만의 온동(溫冬)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저녁 바람은 쌀쌀했다. 그가
찾던 목적지가 쉽게 눈앞에 들어왔다.
'장미빛 인생' 그는 잠시 주춤거리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실내에는 발라드 풍의 일본
가요가 청승맞게 흐르고 있었다. 부산하게
청소하는 웨이터들과 커튼으로 가리워진
밀실이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잔뜩 이어진 걸로 보아 이 카페는 분명
'계집 장사'를 하는 곳이었다. 그것도
이른바 '영계'라고 일컫는 10대 후반의
소녀들을 내보내는.
다가왔다. 그는 위스키 더블을 한 잔
시켰다.
그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가 맡은 사건은 다소
끔찍하고 엽기적인 구석이 있는
살인사건이었다.
어제 아침 시(市)의 변두리에 위치한
Y고교의 화장실에서 시체가 하나
발견되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그 피해자인데 이름은 박지선(朴至善).
이쁘장한 구석이 있는 그녀는 교살된 채
변기통 한구석에 버려져 있었는데, 별다른
저항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증거나 단서조차 주변에서
발견되지 않아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에
부딪쳤다.
빼어난 외모탓에 주위 남학생들로부터
적잖은 프로포즈를 받았음이 밝혀졌다.
수사팀은 당연히 그녀 주변의 남자
친구들부터 조사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 결정적인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사건 당일에 숙직을 하던 교사가 범행
추정시간에 살인자로 보이는 사내를 잠깐
학교에서 봤다는 내용의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사내는 요즘 유행하는 풍성한
모양새의 검은색 재킷에 가죽 바지, 그리고
긴 장화 모양의 가죽 구두를 걸쳤으며
머리는 무스를 발라 말아올린
펑크(punk)풍의 헤어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사망 추정시간이 밤 1시. 그 시간에 학교
근처를 배회할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그
교사가 목격했다는 사내의 모습은 분명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목격이 정확하다면
복장으로 보아 살인자는 분명히 10대의
청소년이 확실하다.
문 형사는 잔을 들어 위스키를 마셨다.
벌써 석 잔째였다. 체내에 흘러 들어간
알콜이 서서히 기분을 몽롱하게 만들어
갔다.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어느새 실내엔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문 형사가 찾는 사람은 홍경선(洪頃善).
인근 K고교에 다니는 부유층의 자제로서
평소 피해자 박지선과 친하게 지내왔던
10대 불량배다. 방배동 카페 골목을 그의
활동 본거지였다.
그럼 어떻게 두 사람이 알게 되었을까?
학교에서 새침하고 순진하게 보였던
일하는 영계였다. 그리고 홍경선은 이집
기도 비슷한 폭력배. 대충 둘의 사이가
어떠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녀석만 족치면 된다. 꽁초를 비벼끄며 문
형사는 생각했다. 상황은 충분했다. 단지
정확한 살해 동기만 모를 뿐. 그는 다시
웨이터에게 위스키 더블을 주문하며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아까 들어올 때와는 전혀 딴판의
분위기였다. 실내엔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10대로 보이는 아가씨들이 넥타이 차림의
사내들 틈에서 기세좋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문가에 서 있는 덩치좋은 사내
둘이 힐끔 문 형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황급히 돌려 그들을
외면하다가 문득 한구석에서 술을 마시는
문 형사와 비슷한 나이 또래처럼 보였는데
헐렁한 가죽 잠바에 붉은 스카프를 맨 폼이
한 10년은 더 젊어 보였다.
폴 뉴먼. 문 형사는 씩 웃었다. 그
사내는 꼭 폴 뉴먼을 닮았다. 푸른 눈에
금발은 아니어도 말이다.
이때 목격자의 증언과 부합되는 복장을
걸친 소년이 한 명 입구에 들어섰다.
어깨들이 그의 등을 두드리며 반가워했다.
시중을 드던 소녀들도 눈웃음을 치며
그에게 아는 체를 했다.
문 형사는 직감적으로 그 소년이
홍경선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녀석의 생긴 모습으로 말하자면 꼭
만화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생김새였다.
연신 무스로 손질한 머리를 매만지는
폼이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일본 가요를
따라 하는 폼이 우선 그랬다. 게다가
고생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녀석의 하얀 얼굴이 더욱 그랬다.
그가 문 형사의 옆자리에 앉아
웨이터에게 맥주를 주문했다. 무슨
스타라도 된 양 한바탕의 사인 공세를
치르고 난 표정이었다.
"이봐 친구."
문 형사가 히죽히죽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에 혼자 왔나?"
"아뇨."
그가 대답했다.
"아저씬 혼자 왔어요?"
"나야 늘 혼자지."
"내가 몇 살쯤 되어 보이나?"
"글쎄요....... 한 마흔 두셋?"
그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너무 하는구먼. 친구 사이에....... 난
서른다섯이야. 고생을 너무 해서 한 십
년은 늙어 보이지."
"근데 내가 왜 아저씨 친구예요?"
"우린 서로 닮은 구석이 있거든."
"뭐가 닮았어요?"
"사나이답다는 거."
"사나이?"
"그래."
"히히히...... 아저씨 참 웃긴다. 아저씬
뭐하는 분이세요?"
"그보다도 너한테 물어볼 말이 있다. 너
말야...... 최근에 큰 잘못을 한 게 하나
"네?"
갑자기 녀석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아저씬 누......구세요?"
"사나이답게 말해 봐. 우린 서로 친구
아니야?"
"아......아저씬 세븐 클럽파(派)죠?"
순간 경선의 등 뒤에 두 명의 어깨가
나타났다. 문 형사를 노려보는 시선에
살의가 보였다.
"솔직하게 털어놔 봐.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구."
문 형사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이봐."
갑자기 어깨 한 놈이 말했다.
"넌 누구야."
"아주 이상한 사람이야."
"자네들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저리
가 있어. 난 이 애하고 좀더 사나이답게
대화를 해야겠으니까."
문 형사가 말했다.
"그렇게는 안 될걸."
다른 한 놈이 상의를 벗으며 말했다.
힘차 보이는 팔뚝에 '龍'이라는 문신이
조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대체 넌 누군데 이 애를 괴롭히는
거야?"
"어느 파에서 왔지?"
그 옆의 놈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문신보다는 키가 좀 작고 잔인하게 생긴
놈이었다.
"이 깡통 앞에서 허튼 수작할 생각일랑
집어치우라구."
얘기해요."
참다 못해 소년이 말했다.
단단히 잘못 걸렸군. 문 형사는
생각했다. 놈들의 영토 싸움에 어이없이
끼어든 꼴이 된 것이다. 이제 와서 자기가
형사라고 한들 녀석들이 믿어줄 리
만무했다.
"만약 얘기를 안 한다면?"
문 형사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낌새를 눈치챘는지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카운터에서 좌석까지의 공터가
두 평 정도. 그 공간이면 두 놈쯤 해치우는
데에는 충분하다. 이런 싸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협소한 공간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몰매를 맞지 않으려면,
그는 눈짐작을 끝냈다.
문신이 말했다.
"어느 패거리에서 굴러먹던 놈인지
모르겠지만."
"어서 말해요!"
소년이 또 소리쳤다. 은근히 겁이 난
모양이었다.
"버릇이 고약한 친구로구먼."
깡통이 여전히 이죽거리며 말했다.
"죽여!"
"악!"
누가 비명을 질렀다.
순간 깡통의 주먹이 날라왔다. 문 형사는
콧등으로 그것을 스쳐보내고 젖혀진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그의 면상을 머리로 힘껏
들이받았다. 녀석은 비명을 지르며
카운터의 맞은편 탁자로 나뒹굴었다.
어느새 집어들었는지 문신이 의자 한
개를 문 형사에게 내던졌다. 허리를 굽혀
숙이는 찰나 소년이 그의 얼굴을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 문신의 큰 덩치가 다짜고짜
그를 깔고 앉아 주먹질을 시작했다. 더럽게
재수없는 날이군. 코피를 쏟으며 문 형사는
생각했다. 양쪽 볼에서 불꽃이 정신없이
튀었다. 이대로 가만히 누워 있다가는
게게풀린 눈으로 폭력이 갖다주는 짜릿함에
넋이 나간 문신한테 단단히 당할 것
같았다.
녀석의 목을 꽉 쥐었다. 그 바람에
고개가 젖혀진 녀석의 주먹이 기계적으로
허공을 때리며 움직였다.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갑자기 녀석의 동작이 중지되더니
곧 켁켁거리며 발버둥을 쳤다. 순식간에
문 형사는 흐르는 코피를 닦아내며
문신의 얼굴에 서너 대의 펀치를 먹였다.
뙤약볕 아래 나온 지렁이처럼 녀석은 몇 번
꿈틀거리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문 형사가 막 고개를 돌리는 찰나 커다란
물체가 그의 얼굴을 향해 내리 꽂히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문신의 몸에
퍼부어진 걸상한테 파김치가 될 뻔했다. 문
형사 대신 얻어맞은 문신이 고통을 참지
못해 비명을 토해내며 데굴데굴 바닥을
뒹굴었다.
"악!"
장내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소년은 여전히 걸상을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코피를 닦으며 문
형사가 어슬렁어슬렁 그에게 다가갔다.
아......아녜요! 내 잘못이......아녜요."
소년이 떨며 말했다.
"그저께 세븐 클럽에 쳐들어간 것은
순전히 장난이었어요. 그애들을 때릴
생각은 아니었다구요.......
미......미안해요. 요......용서해
주세요."
순간 문 형사는 맥이 탁 풀렸다. 녀석은
엉뚱한 일을 가지고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세븐 클럽이라니?
"경찰을 불러!"
누가 한쪽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문 형사가 소리나는 쪽을 향해 돌아보니
놀란 두 눈을 크게 뜬 폴 뉴먼이 서
있었다.
"경찰을 부르란 말야!"
"경찰을 부를 필요는 없소."
문 형사가 천천히 말했다.
"내가 바로 경찰이니까."
![](https://blog.kakaocdn.net/dn/bgeOng/btrJk3zOihg/ynZnInzkWulJgrxZpD78IK/img.jpg)
경선의 아버지는 L호텔의 지하
아케이드에서 커다란 보석상을 경영하는
사람이었다. 막 중년에 들어서 반쯤 머리가
벗겨졌지만 성공한 사람답게 얼굴엔
개기름이 번졌고 잘 손질된 옷에서 여유가
넘쳐흘렀다.
그 사내는 조용히 자신의 아들이
결백하다는 것을 담당 변호사를 통해
입증하겠다고 문 형사에게 말했다. 그
태도에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어 오히려
얄미울 지경이었다.
경선이 지선을 살해할 이유는 있었다.
열렬히 사랑한 모양이었다. 그 바닥에서
열렬했다는 것이 뜻하는 강도라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정도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둘의 관계가 최근에 와서
급격히 악화되었고 그 이유로 해서 경선이
많은 방황을 했음이 수사를 통해
판명되었다. 그것은 순전히 지선의 심경
변화 때문이었다. 그 변화의 원인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해서 냉각된 둘의
사이를 다시 뜨겁게 해보려던 경선이
홧김에 그를 거부하는 그녀를 살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에겐 알리바이가 있다. 사건
당일 밤 그의 영어담당 과외교사와 밤새워
말이다.
문 형사는 그 증언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그의 과외교사인 성(成)
교사를 만나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거리엔 제법 봄기운이 돋아 있는 늦겨울
햇살이 청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새 우는 소리도 들려왔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해야 할 것이
있으면 문 형사는 줄담배를 태우곤 한다.
지금이 바로 그짝이다. 그는 아침부터 줄곧
사건의 해결에만 골몰한 나머지 끼니도
거른 채 담배만 피워댔던 것이다.
성 교사라....... 그는 피해자가 다니던
Y학교의 현역 영어담당 교사다. 그는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30대 중반의 사내로서
학교 내에서도 제법 인기가 좋았다.
마침 그는 자리에 없었다. 그는 힐끔 그의
자리를 눈여겨 봐두었다.
영어담당 교사답게 영어 원서와 '타임'
같은 잡지가 그의 책상 위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고 선물로 받은 듯 예쁘게 수를 놓은
분홍색 방석이 그의 의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성 선생님을 뵈려면 어디에 가야 하죠?"
마침 지나가던 사환에게 문 형사가
물었다.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요 앞
당구장에 가 있을지도 모르죠......."
사환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학교 정문에서 당구장은 그리 멀지
않았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 2층에 그
당구장이 있었는데 내부 시설은 초라하기
별로 없었고 한구석에서 불량배로 보이는
청년 몇 명이 떠들썩하게 내기 당구를 치고
있었다.
성 교사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는
창가 옆에 놓인 당구대에서 혼자 당구를
치고 있었다. 나인 볼을 하는지 테이블
위엔 일련번호가 매겨진 당구알이 어지럽게
구르고 있었다.
당구 좀 칠 줄 아는 친구군. 문 형사는
담배를 품에서 꺼내며 생각했다. 나인 볼을
하다니.......
나인 볼은 당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프로들이나 치는 게임이다. 웬만한 실력
갖고는 어림도 없는 것이 바로 나인
볼이다.
문 형사는 천천히 창가에 다가가 성
찬찬히 뜯어볼수록 잘생긴 타입이었다.
눈가에 옅은 화장을 했는지 꽤 멀리에서도
눈매가 뚜렷하게 보였다.
게다가 그는 몸매도 좋았다. 약간 마른
스타일이었는데, 죠다쉬 청바지와 밤색
체크 무늬의 티셔츠가 꽤 잘 어울렸다.
운동을 많이 했는지 공을 치는 자세나
몸짓에 별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문 형사는 그가 과연 순순히 자기가
경선의 과외교사이며 사건 당일 밤에 같이
밤새워 공부를 했다고 고백할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직접 그를 보니 꽤
영악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하긴
만약 그 사실을 자백한다면 자신의 비리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현역
교사에게 과외는 치명적이다.
모서리의 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성 교사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셔츠 웃주머니에서
럭키 스트라이크를 꺼냈다. 문 형사가
그에게 다가가 라이터를 켜 주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빈틈없는 눈길이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한판 같이 칠 수
있을까요?"
문 형사가 말했다.
"댁이 아마추어라면......."
시계를 힐끔 쳐다보며 성 교사가 말했다.
"나하고 치는 게 시간 낭비일 걸요."
거만한 친구군. 큐대를 집어들며 문
형사는 생각했다.
"나도 천(千)은 넘는 사람이오."
문 형사가 말했다.
"무엇을 내기할까 생각이나 해 두시오."
큐대에 쵸크를 문지르며 성 교사가
말했다.
"난 한번도 져 본 적이 없는 사람이오."
"나인 볼로 합시다."
"바라던 바요."
이렇게 해서 게임은 시작되었다. 문
형사가 먼저 시작했다. 큐대에 맞아 구른
당구알이 다른 당구알과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홍경선이란 학생을 아시죠?"
그의 차례가 끝나자 큐대를 집어들며 문
형사가 말했다.
"댁은 누구시오?"
성 교사가 왼손 위에 큐대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어제 저녁 박지선 양 살인사건의
순간 성 교사의 눈썹이 잠깐 꿈틀거렸다.
그는 계속 게임을 해나갔다.
"난 경찰에서 온 사람이오. 당신한테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 왔소."
"무엇이든 물어 보시오."
그가 친 당구알에 맞은 다른 당구알이
쪼르르 굴러 테이블 한쪽 모서리로
들어갔다.
"아는 한도 내에서 다 말해 줄 테니."
"그 친구 알리바이에 관한
문젠데......."
문 형사가 큐대에 쵸크를 문지르며
말했다.
"지금부터 3일 전인 지난 화요일 밤에
무엇을 했는지 말해 주시오."
어느새 그들 테이블 주변에 여러 명의
신기에 가까운 묘기에 가끔씩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전에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소."
성 교사가 말했다.
"불법으로 그 친구한테 과외를 가르친
거......눈감아 주시오."
"그건 나중에 생각해 봅시다."
"그렇다면 난 증언을 거절하겠소."
곤란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짧은
시간에 문 형사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점검해 나갔다. 불법 과외로 성 교사를
체포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이번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좋은가.
"......좋습니다. 그건 내가 모르는 일로
하겠소."
문 형사는 후자에 도박을 걸었다.
성 교사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 학생 집에서 영어를 가르쳤소."
알리바이는 입증되었다. 순간 문 형사는
이번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빨려들어간다고 느꼈다.
"그 친구 말로는 밤을 새워 같이
공부했다는데...... 그건 사실이오?"
가까스로 문 형사가 말했다.
"천만에."
어느새 게임은 막바지에 다다랐다. 성
교사는 조심스럽게 큐대에 쵸크를
문질렀다. 구경꾼들이 숨을 죽이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 보았다.
"그 학생은 밤 11시경에 자기 방으로
올라갔소. 난 거실에서 술을 한잔 하고
성 교사가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이번에
그가 성공하면 게임은 끝난다. 하지만 그가
실패한다면 문 형사에게 기회가 돌아온다.
아직도 알리바이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경선이 범인일 확률은 남아
있다....... 순간 문 형사는 무심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성 교사에게 슬쩍
말했다.
"그러고 보니 당신 폼이 꼭 '허슬러'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구려."
갑자기 성 교사의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겨냥이 빗나갔다. 완벽한 실수였다. 공은
어이없게도 맥없이 테이블의 텅빈 공간으로
굴러갔다. 주위에서 일제히 아쉬운 탄성을
터뜨리다가 문 형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게임의 흐름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문
형사가 이번 기회를 성공시키면 성
교사에게 십 년 만에 처음으로 큰 패배를
안겨주게 된다.
하지만 그는 천천히 큐대를 세워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모두가 의아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성 교사조차 눈이
휘둥그레졌다.
"프로의 세계에선......."
천천히 문 형사가 말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소."
성 교사의 볼이 불그스레하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움 탓이었을까.
"하지만 난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이라......."
문 형사가 계속 말했다.
"상대방의 실수로 이기고 싶진 않소."
순간 함성이 터지며 박수 소리가 크게
"그리고 서두르셔야 하겠스빈다. 수업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큐대를 케이스에 넣는 성 교사에게
말했다.
이상한 일이야. 당구장을 빠져나오며 문
형사는 생각했다. 굉장히 낯이 익은
얼굴이야. 대체 어디에서 봤더라.......
모든 상황이 경선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무엇보다도 사건 당일 밤의
알리바이가 문제였다. 그날 밤 11시 이후의
행적에 관해서는 증인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잠을 잤다고 주장을
했지만 이 경황에 누가 그 말을 믿어
주겠는가?
여론도 나빴다. 부유층 자제의 탈선이란
아니기 때문이었다. 연일 매스컴에서도
10대의 폭력사건과 더불어 채 범인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홍경선을 난도질해댔다.
하긴 비단 이번 살인사건 외에도 이전에
그가 저지른 비행만 해도 엄청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태이긴 했지만, 일종의
자업자득인 셈이었다.
하지만 사건은 손쉽게 종결되지 않았다.
그것은 용의자의 아버지가 내뿜는 거대한
입김 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이유가 더
컸다. 심증은 가되 물증이 없다.......
수사 때마다 경찰이 겪는 곤욕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어느덧 사건 발생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유력한 용의자와 살해
못하는 강력계 수사팀은 매일 줄담배로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 지경이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유독 문 형사만은
자꾸만 뇌리에 떠오르는 하나의 이미지
때문에 현재의 경황에 빠져들 수 없었다.
그 이미지란 성 교사에 관한 것이었다.
대체 어디에서 봤더라...... 꼭 누굴
닮았는데...... 암튼 심상찮은
사람이었어...... 게다가 그는 피해자가
다니던 학교에서 근무하지 않았던가.......
성 교사와 지선.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듯 보였다. 설혹 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한들 그 무슨
상관인가. 범인은 홍경선으로 밝혀진 것과
진배 없는데.
형사는 우연히 라디오 FM 프로그램을
듣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
프로그램은 '추억의 영화음악'이었다.
흘러간 영화음악을 청취자가 자신의 사연과
함께 적어보내면, 그것을 선별해서
틀어주는 것이 그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이었다. 헌데 문 형사의 관심을 끈
것은 어떤 청취자가 보낸 애절한
사연이었다. 너무도 구구절절
연정(戀情)으로 가득차 있어 진행을 맡은
DJ조차 깊게 감동을 받은 내용이었다.
다음날 문 형사는 방송국으로 달려갔다.
그 프로그램의 담당자를 만나 그가 들었던
부분을 녹음한 뒤,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도 찾아낸 듯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 형사가 바라던 내용의 것을 알려주었다.
그는 점점 자신을 갖게 되었다. 그날 저녁
그는 경선의 아버지에게 조그마한
은제(銀製) 액세서리를 부탁했다. 그는
철야를 해서 다음날 아침 문 형사에게
그것을 갖다 주었다. 그날 오후 성 교사가
경찰에 소환되었다. 문 형사의 신문이
시작되었다.
취조실 안에 놓인 조그마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마주앉았다. 천장에
걸린 알전구가 을씨년스럽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강력계 형사들은 이 방을
'판도라의 상자'라고 불렀다. 이곳에서
용의자의 온갖 비리가 다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바쁘신데 이렇게 나오시라고 해서
문 형사가 공손히 말했다.
"몇 가지 사실만 확인하면 되니까
귀찮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시지요."
"나야 괜찮습니다."
성 교사가 말했다. 별 다른 의혹의 빛이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우선 사건 당일 밤의 일인데......."
문 형사가 신문을 시작했다.
"그날 밤 11시 이후 홍경선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고 했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밤 11시 이후의 경선의 행적에
관한 알리바이가 전혀 없다는 얘기와 같은
뜻입니다. 그렇죠?"
"......네."
"그건 바로 당신한테도 알리바이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죠?"
"네?"
깜짝 놀라며 성 교사가 되물었다.
"이를테면 그렇다는 겁니다."
어물어물 문 형사는 넘어갔다.
"혹시 박지선 양이라고 아십니까? 왜,
이번 살인사건의 피해자 말입니다."
"......조금 압니다."
"조금 알다뇨?"
"......."
성 교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으로 안다는 말이군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문 형사가 물고
늘어졌다.
"......네."
"그 학생이 밤마다 아르바이트로 카페에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
성 교사가 우물쭈물했다.
"숨기지 마세요. 경선이한체 다 물어
봤으니까."
서서히 문 형사가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알고 있었습니다. 경선이가
데려간 술집에서 일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전 그때까지만 해도 그 아가씨가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성 교사가 말했다.
"그런데 그게 뭐 중요한 겁니까?"
"아닙니다. 그냥 확인만 하려는
거니까......."
문 형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때가 언제쯤이었나요?"
"한 6개월 전쯤?"
"그 이후에도 계속 만났습니까?"
"저......."
또 성 교사가 우물쭈물했다.
"숨기지 마세요! 다 알고
있으니까......."
"......가끔씩 만났습니다."
"육체관계를 가졌나요?"
"......그땐 제 아내가
임신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성 교사가 말끝을 흐렸다.
"그 아가씨가 Y고교 학생이었다는 사실은
언제 알았습니까?"
"......만난 지 두 달쯤 지난
직후였고, 전 다시는 그런 곳에 가지
않겠다고 작정한 후였습니다. 늦가을의
햇살이 유난히 따갑던 어느 오후였습니다.
수업시간에 대기 위해 황급히 운동장을
지나가는데, 몇몇 여학생들이 체육복
차림으로 공놀이를 하고 있더군요. 처음엔
그냥 무심코 지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 앞으로 배구공이 하나 떼굴떼굴
굴러오는 거였습니다. 그것 좀 던져
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구요."
성 교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서 공을 집어서 마침 달려온
여학생한테 줄려고 보니까...... 아, 글쎄
지선이가 방글방글 웃으며 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따가운 햇살 아래 핫 팬티
허벅지며, 매끈한 피부가 갑자기 가슴을
쿵쿵 뛰게 하는 거였습니다. 그녀는
너무나도 신선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기미가
잔뜩 끼어갖고, 방구석에 누워나 있는
마누라하고 마침 대조가 되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죠......."
"이해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문 형사가 말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그때 만나지만
않았더라도......."
어두운 표정으로 성 교사가 말했다.
"......그래서 죽였군요."
"네?"
"그 아가씨가 뭐라고 협박이라도 했던
모양이군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말입니까?"
"생사람 잡지 마십쇼!"
불끈 성 교사가 화를 냈다.
"그녀가 협박한 건 사실이죠?"
"......."
"다 알고 있습니다."
"날 살인용의자로 보고 그러는 겁니까?"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요!"
문 형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협박을 했습니까?"
"......결혼하자고 했습니다. 안 그러면
내가 과외를 한다는 걸 폭로하겠다고......
아니 이게 뭐가 중요해서 자꾸만......."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알고 보니 지선이하고 경선이
서로 잘 아는 사이였더군요. 그애한테서 내
흐르는 땀을 계속 닦으며 성 교사가
말했다.
"내겐 가정이 있다.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다...... 이런 식으로 그애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안 되니까 결국 죽인
겁니까?"
"자꾸 날 살인자로 만드는데, 무슨
증거라도 있습니까?"
버럭 화를 내며 성 교사가 말했다.
"자정이 넘어 텅빈 학교까지 나올려면,
여간 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힘든
일입니다. 그날 자기가 숙직이니까 밤 늦게
와보라고 하면서 지선 양을 회유한 게
아니었던가요?"
"증거를 대봐요, 글쎄!"
하라는 시늉을 하며 카세트 라디오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을 의아한
표정으로 성 교사가 바라보았다.
"잠깐 이걸 들어보세요."
라고 말하며 문 형사가 플레이 스위치를
눌렀다.
카세트에서 흘러간 영화음악이 나왔다.
성 교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문 형사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게 무슨 증거가......!"
"쉿!"
문 형사가 말했다.
순간 음악이 끝나고 DJ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다음은 양평동에 사시는 박지선 씨께서
보내 주신 사연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사연입니다."
갑자기 성 교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우리는 모두 그를 허슬러라고
부른다. 당구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 영화 속의 주인공 폴 뉴먼처럼 잘생겼기
때문에 붙인 별명이다. 난 그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도 날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이뤄질 수 없는 사이다. 그런 사랑에
도박을 걸 만큼 열렬한 허슬러는 아니었다.
그러는 그가 한편으로는미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사랑스러운 건 대체 무슨
이유일까? 유부남을 사랑하는 내 자신이
아무래도 정상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조금
있으면 그의 생일이 돌아온다. 난 그를
위해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허슬러에게만 필요한 그 선물은 값이 좀
모으고 있다. 이 선물을 받았을 때 기뻐할
허슬러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
나의 사랑스런 허슬러. 지금쯤......."
"그만!"
성 교사가 소리쳤다.
"그만하란 말야!"
"당신의 별명이 바로......."
카세트를 끄면서 문 형사가 말했다.
"허슬러라는 것은 Y고교 학생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오."
성 교사를 어디에서 봤다는 문 형사의
느낌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는 폴
뉴먼을 닮았고, '장미빛 인생'에서 한번 문
형사와 마주친 일이 있었다.
"박지선 양이 살해당했을 때......."
문 형사가 천천히 말했다.
순간 성 교사는 무너지듯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이게 뭔지 아시오?"
문 형사가 품에서 조그마한 은빛 물체를
꺼내며 말했다. 성 교사가 그것을
바라보았다. 은으로 도금한 당구용
쵸크였다.
"당신 생일 선물로 주려고, 지선 양이
경선이 부친한테 주문한 거요. 이게
허슬러한테만 필요하다는 건 바로 당구를
칠 때만 필요한 쵸크이기 때문이오."
문 형사가 쵸크 뒷면을 돌려 보이며
말했다.
"여기엔 당신 이니셜도 새겨져 있소. 자,
이래도 잡아뗄 거요?"
성 교사는 전의를 상실한 복서처럼 축
"당신은 계속 결혼해 달라고 조르는
지선이 귀찮아, 살해할 결심을 했소.
그녀의 편집광적인 집착과 병적인 소유욕에
그만 기가 질린 탓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한 가정을 이끌어갈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 이유도 있었을
게요. 암튼 사건 당일 밤 평소 공부를
안하고, 싸움질이나 하러 돌아다니는
경선이를 붙들고 어거지로 공부를 시켰소.
밤샘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그의 집에서
잠을 잤다는 알리바이까지 염두에 둔 사전
계획이었지. 그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소.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당신의
알리바이를 의심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문 형사는 뚫어지게 성 교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결과 경선의 행적이 밤 11시 이후부터
묘해지자 그건 곧바로 당신의 행적까지
의심을 하게끔 만들었으니까. 실은 경선은
잠을 잤소. 그토록 공부를 안하던 친구가
밤샘 공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자정이 지나자 당신은 경선의 방에 몰래
들어갔소. 그의 옷을 훔쳐내기 위해서였지.
사건은 각본대로 착착 들어맞아, 그날
당신이 숙직인 줄 알고 약속대로 찾아온
지선 양을 화장실 뒷편으로 유인해서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유유히 담당 숙직교사에게
자신의 모습을 노출까지 시켰던 것이오.
운동으로 단련된 날씬한 체구 덕분에 어둠
속에서라면 당신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10대의 청소년과 같았으리란 데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게요."
"그 후 다시 경선의 집에 돌아온 당신은
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은 그 옷을 경선의
옷장에 걸어놓은 뒤, 건넛방에서 아침까지
내쳐 잤을 게요. 그렇지 않소?"
여전히 성 교사는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꿀먹은 벙어리와 같았다.
"당신의 그 악랄한 계략 때문에 당신의
제자 중에서 한 명은 살해당했고, 또 한
명은 범인으로 몰릴 뻔했소. 자, 이래도
끝까지 잡아뗄 거요?"
버럭 문 형사가 소리를 쳤다. 그제서야
천천히 성 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지선이를 죽였습니다."
힘없이 그가 말했다.
경선의 부친이 경영하는 보석상은
있었다. 문 형사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그 거대한 규모에 그만 기가 질려 버렸다.
경선의 부친은 막 어떤 중년 부인에게
목걸이를 포장해서 건네는 중이었다.
"이거 참 잘 썼습니다."
문 형사가 품에서 은쵸크를 꺼내면서
그에게 말했다.
"아이구, 언제 오셨습니까?"
그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댁의 아드님은 곧 풀려날 겁니다.
진범이 잡혔으니까요."
문 형사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이 물건은 쓸모가 없어 되돌려
주려고 온 겁니다."
"참 그때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은쵸크를 집어들며 그가 말했다.
사정사정하며 부탁했을 때 당장 만들어
줬어야 하는 건데요......."
"다 지난 일입니다."
"이건 이제 저희 것이 아닙니다. 지선
양이 선물하려던 사람한테나 갖다 주십쇼.
우리 아들놈 석방을 기념하는 뜻에서 그냥
드리겠습니다."
그가 환하게 웃은 뒤 은쵸크를 문
형사에게 건네며 말했다.
'선물이라.......' 그것을 매만지며 문
형사가 말했다.
"생일 선물용이라면 좋은 선물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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