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는 의료민영화의 이름으로 침몰하는 게 아니라 이대목동사건으로 시작된 바이탈과 기피풍조로 궤멸할 거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그래 끝까지 우겨봐라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
얼마 전 만났던 친구는 소아과 전문의였다.
그것도 국내 빅 5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병원에서 2년간 펠로우 했던 분과전문의인데도 지금은 피부미용을 한다. 아예 개업 전부터 피부미용만 배워서 소아과 타이틀은 떼 버리고 그쪽으로 개업했다. 너무 행복하단다. 배운 지식이 아깝지 않냐고 물어봐도 이젠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급여 청구도 할 줄 모른다고 한다. 탁월한 선택이다.
지금까지도 전공과에 남아있는 나는?
그쪽에 관심이 없었고 할 줄도 모르고 내가 좋아하는 과, 내가 잘하는 과에 남고 싶다.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진단하고 치료하고 환자에게 듣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다른 잡생각을 사라지게 하곤 한다.
근데 이것도 어느 순간이 되면 바뀔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답답한 느낌이 든다. 내시경 하다 갑작스럽게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며 알람이 계속 울리고 용종절제하다 어쩌다 터져 나오는 출혈을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며 흉통으로 내원한 환자, 호흡곤란으로 내원한 환자가 이상소견을 보일 그 찰나에도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망연자실한 모습, 수갑 찬 모습, 보호자들의 고성, 경찰, 법원에 불려 다니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 처남은 여전히 소아과다. 아이를 너무 좋아하고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어 지금도 소아과고 사촌동생은 마찬가지로 할 줄 아는 게 이비인후과라 여전히 그과이고 내형은 배워서 먹고사는 게 외과라 여전히 외과다.
하지만 다른 과는 생각해 본 적 없던 고가들이 점점 영역을 넘어서는 시도가 계속 나온다. 이유는 뻔하다. 지금은 그동안 배웠고 그나마 잘하고 할 줄 아는 과에 머물러 있는 의사들이 많지만 앞으로 계속 머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나아질 거라 믿고 가끔 발표되는 정부발표에 기대도 가져 보지만 막상 나오는 대책은 어이없고 황당하며 그나마 남아있는 현실마저 부정할 정도로 악의적으로 바뀌는 정책을 보면 맥이 빠진다. 진료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책상머리 사회의료학자들의 신문기고를 보면 이제는 어이없는 정도를 떠나 자포자기하게 된다. 소아과가 폐과를 외치며 내놓은 피부미용 관련 교육내용을 보면 솔직히 귀가 솔깃해진다. 밥그릇? 의사도 가장이다. 가장에게 밥그릇 어쩌고 따지면 어쩌자는 건가. 회사에 근무하고 자영업을 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가장에게 밥그릇 어쩌고 타령할 건가?
예상컨대 내과영역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런 밥그릇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공무원들의 검체와 내시경수가 폭탄인하 시도에서 보듯이 내과계는 정부에서 필수의료 어쩌고 저쩌고 겉으로는 그래 보여도 실무자들 선에서 나오는 이런 시도로 볼 때 필수적으로 망해 갈 것이 눈에 선하다. 거기다 법원은 상식으로 이해할 상황을 넘어섰다. 개업 전 13년간 봉직의 재직 시 소위 바이탈 뽕으로 보냈던 시간에 일부라도 다른 영역에 시도하지 못한 후회도 가끔 드는데 내외산소 영역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아마 그럴 거라 생각된다.
내외산소를 메이저과라 부른다.
지금은 폭망 하는 정도가 거의 메이저 급이다.
※ 이대목동병원사건이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사망,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한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의료진 7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12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7명에게 '상고 기각' 판결했다.
검찰은 간호사들이 지질영양 주사제(스모프리피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됐으며, 이를 맞은 신생아 4명이 사망했다며 해당 의료진을 기소했다.
또 신생아 중환자실장과 교수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신생아를 사망케 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피고인에는 신생아중환자실장인 J 교수를 비롯해 전공의, 간호사 등이 포함됐다.
총 8차례 열린 공판을 통해 1심 재판부(서울남부지방법원)는 전공의를 제외한 의료진 6명에 대해서는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지만,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범죄 사실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 7명 의료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들이 감염관리를 부실하게 한 과실은 인정되지만, 이런 과실이 환아들이 패혈증으로 사망할 때 직접 작용했다는 인과관계는 합리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는지, 그리고 이런 과실이 신생아들의 사망에 직접인 원인이 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1심 재판부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들은 지질 영양 주사제를 분주해 사용할 때 주사제 오염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과실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감염 방지를 위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
하지만 의료진이 감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해서 반드시 지질 영양 주사제가 오염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검찰에서 증거로 제시한 해당 지질 영양 주사기가 사건이 발생한 후 의료폐기물 함에 있던 다른 오염물질들과 섞여 있어 직접적인 오염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같은 준비 과정을 거친 주사제를 투여받은 다른 신생아에게서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의료진에게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감염이 발생했는지, 이로 인해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는지가 쟁점이 됐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의 신뢰성 여부도 관심사가 됐다.
2심 재판에서도 검찰은 "신생아들이 맞은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의료진들이 분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해 신생아들이 사망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며 업무상 과실치사를 주장했다.
반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변호인 측은 검찰에서 증거로 제시한 지질영양 주사기가 의료폐기물함에 있는 다른 오염물질들과 뒤섞여 있어 직접적인 오염 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같은 준비 과정을 거친 주사제를 투여받은 다른 신생아에게서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의 무죄를 주장했다.
상반된 주장에 대해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검사의 공소 사실은 추론에 근거하고 있고, 여러 부분에서 피고인의 유리한 가능성은 배제한 채 불리한 가능성을 채택·조합한 부분이 있다"라고 판시한 뒤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 외에 무시할 수 없는 다른 가능성이 존재하며, 설령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분주 지연 투여로 인해 오염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판결이 법리오해와 사실오인이라는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법정에선 의료진 7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의료인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장성환 변호사(법무법인 담헌)는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판결이 법리오해와 사실오인이라는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미숙아로 태어난 4명의 환아가 사망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누구보다도 환아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의료진들의 마음 역시 비통하고 슬플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성환 변호사는 "사건 당일 경찰이 신생아중환자실에 들이닥치고 이후 의료진들이 무슨 중대한 과오라도 있는 것인 양 단정해 언론에 발표하고, 이와 같은 추측성 기사들로 인해 의료진들이 겪은 마음고생과 고초는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목동병원 사건으로 의료진들이 구속되고 재판까지 받게 된 것과 올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한 전공의들이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이 무관하지 만은 않다고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누구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미숙아로 태어난 환아들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는 보람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을 지켜온 의료진들에게 좌절을 주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우리의 의료진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하고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고, 그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런 자부심이 우리나라의 우수하고 효율적인 의료의 뒷받침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진들과 환자들 사이에 신뢰가 굳건해지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보다 철저한 감염관리를 위한 인적·물적 투자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인기영합적인 허울뿐인 보장성 강화보다 필수의료 재정에 더 방점을 두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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